'고도'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. - feat.<고도를 기다리며>
196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천재 작가 사뮤엘 베케트의 유명한 책, <고도를 기다리며>를 읽고 무언가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한 무언가가 나를 압박했다.
이 얇디 얇은 정가 7,000원짜리 책은,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순식간에 고구마 10개를 입에 쑤셔 넣은 느낌을 주었다가, 이내 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렇게 간결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.
머릿속에는 대학가 어느 작은 소극장에 펼쳐진 작고 어두운 무대에 두 사람이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.
주인공인 두 사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,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, 왜 기다려야 하는지 질문하지 않고 하염없이 '고도'를 기다리기'만' 한다.
그들이 하는 것은 그저 '기다리는' 것 뿐이다.
이 둘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 중 하나는 '아가리 파이터'.
저속한 느낌의 이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, 이들을 나타낼만한 더 좋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.
<덤 엔 더머>는 이들에게 쓰기엔 너무 과한 말이다.
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지는데, 2부에서는 1부의 데자뷰가 펼쳐진다.
고구마 3개를 한 번에 입에 우겨 넣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.
특히 인상 깊었던 데자뷰 장면 첫번째는 '참 그렇지' 이다.
참 그렇지.


1부와 2부
와... 어질어질하다.
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던 이들은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도 잊으며 그냥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.
삶의 목적이 없는 인간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.
그런데 잠깐.
살아가는 데 삶의 목적 혹은 나만의 북극성이 꼭 필요한 것일까?
사람은 누구나 이 지구라는 별에 태어나 다시 돌아갈 때까지 살아가는 이유, 혹은 소명이 있다고 믿는다.
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? 그것도 맞다.
왜냐하면 그것 또한 선택이기 때문이다.
어제도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그 '고도'를 기다리고만 있다가, 어느 순간 다른 선택의 기회를 떠올려본다.
이 멍청한 짓을 그만두기로 결정하고,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른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.
그런데 이들의 선택은, 이 책을 1부에서 굳이(의도적으로) 2부까지 이어지게 만든다.


1부와 2부
에스트라공: 그만 갈까?
블라디미르: 가자.
두 사람 다 움직이지 않는다.
블라디미르: 그럼 갈까?
에스트라공: 가자.
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.
. . .
각 1부, 2부의 마지막 장면이다.
가자고 해놓고는 움직이지 않는다.
AI시대 CEO의 역량으로 거론 되는 3가지가 있다.
- 나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- Set Goal
- 그 목표를 실현할 과정을 계획하고 - Plan
- 스스로 계획한 그 과정을 실행한다 - Do
이 중에 가장 선행되어야 하며,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번째, 나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다.
목표는 목적 혹은 나의 북극성으로 대체할 수 도 있을 것이다.
나 자신을 알아야, 나를 들여다 보아야 내 안에 있는 나만의 북극성을 깨달을 수 있다.
이 것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.
아는 만큼 보이고, 내가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만큼 이해하는 것처럼, 수많은 시도와 실패와 성공을 통해 스스로 아는 것이다.
그리고 어떤 직업이 나의 꿈, 나만의 북극성이 될 수 없다.
직업은 하나의 수단이고, 나의 북극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많은 수단을 활용할 뿐이니까.
'고도'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.
몸을 움직여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.
그리고 깨달았다면,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.

오늘 저녁 자전거타고 계양에서 만난 하늘!
Do it.
+언제나 지금, 여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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